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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던 엄마고양이/생각

코로나 시대, 일상의 변화

by 일하는 엄마고양이 2020. 10. 16.

코로나 시대, 일상의 변화

 

 

 

훗날 '응답하라 2020'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어떠한 풍경일까?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집에서 아이패드로 학교 수업을 시청하는 학생,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데 키보드를 자꾸 밟는 고양이, 집안 한켠에 가득 쌓인 택배상자와 일회용 쓰레기.

 

사스, 메르스, 에볼라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다른 세상 뉴스로 잠시 소비되는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태어나 처음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나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변화 1. 스스로 만들어 먹기

나는 꽤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그러나 결벽증이 심한 할머니를 만족시키기 어려웠고 집안일이 지긋지긋해졌다. 결혼 후 주로 외식과 배달, 라면으로 떼웠다. 그러다 직장에서의 부서이동과 대학원 논문, 골절 수술이 겹치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그리고 올해 초, 코로나가 닥쳤고 지난 여름 갑작스러운 남편의 지방발령으로 주말부부가 되었다. 집에서 매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밥 차릴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내가 먹은 것이 내 몸을 이룬다."

 

스스로 만들어 먹자고 결심했다. 마트 앱에서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여 보관하고, 끝도 없이 향신료를 사들였다.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 현미밥, 나물무침, 바질페스토, 샐러드, 통밀빵, 아몬드쿠키 등. 상하여 버린 재료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올리브오일을 좋아하고 닭고기를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변화 2. 미니멀리즘

요즘 '신박한정리'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다. 물건을 비우고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이사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 유튜브 '우리집 공간 컨설팅 썬더 이대표'를 보면서 자극받아,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한가득 버렸다. 쓸 데 없이 산 물건,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려 또 산 물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몇 년째 한 번도 안 입은 옷 등등등. 그동안 버거운 짐을 이고 살았구나 싶었다.

 

"소비가 얼마나 허무한지 눈으로 보니 자연스럽게 미니멀한 삶을 살고 싶어졌다."

 

정리를 하고 나자 옷방(이라고 칭했지만 실제로는 창고방이었다.)이 고양이 핫플레이스로 변했다. 집안 곳곳에 쿠션, 스크래처, 화장실이 있지만 유독 그 방을 선호한다. 높은 안목이 있고 호불호가 명확한 고양이가 참 좋다.(기승전 고양이) 

 

 

변화 3. 마스크가 준 자유

의식적으로 웃지 않으면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무례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웃음을 지어야 했다. 퇴근 후에는 입꼬리가 아파왔다. 그런데 마스크로 표정이 가려지자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보온 기능도 있다. 어차피 써야 하는 마스크라면 좋은 점도 있다고 다독여본다.

 

"화장을 하지 않은 이유, 아프냐는 질문을 듣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자유롭다. 파운데이션이나 색조화장품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속박하는 마스크가 여성으로서의 나를 자유롭게 하는 아이러니를 발견했다.

 

 


 

코로나 시대. 불안 속에서 긍정을 긁어 모아본다. 그동안 관심 없던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려고 한다. 버킷리스트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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