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1700년대 중반에 과학의 한 분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탈리아 의사 도메니코 피냐타로는 1783년 1월 1일부터 1786년 10월 1일까지 이탈리아에 일어났던 1,181번의 지진기록을 분석하여 ‘가벼움, 중간, 강함, 매우 강함’으로 등급을 분류하였고 이는 오늘날 지진 측정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 세기가 흘러, 아일랜드 토목기사 로버트 말레는 20년 넘게 전세계의 지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고, <1857년 나폴리 대지진: 관찰 지진학의 제1원리>라는 책과 <세계 지진 강도 지도>를 출간하여 지진학이 체계적인 과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여했습니다.
지진에 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일본입니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땅 아래에 거대한 메기가 있어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메이지유신이 시작되고 1880년대에 이르러 일본의 영국 교수진에 의해 지진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자, 지진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닌 과학으로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까지는 지진의 원인을 설명할만한 보편적인 이론이 없었고, 화산활동에 의한 결과라고 추측했기 때문에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1908년 이탈리아 메시나, 1920년 중국 간쑤, 1923년 일본 간토 등에서 대지진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지진의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1900년대 초반에 독일의 기상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알프레트 베게너가 주장했던 대륙이동설이 1960년대에 이르러 주목을 받게 되자 지구과학에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 ‘대륙이동설’을 기반으로 ‘판구조론’이 탄생했고, 미국인 지질학자 해리 헤스에 의해 ‘해저확장설’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 판구조론과 해저확장설은 현대 지진학의 핵심이론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현상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하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상보다 지진학의 역사가 짧고, 인류가 지진을 예측할만한 기술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건축 내진설계 기술이나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대피법, 긴급구호 시스템 등은 발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류는 지진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진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아야 하며, 우리나라 또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각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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